1. 줄거리
1910년대의 이탈리아에서는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다. 주인공인 목수 '제페토'는 기술을 인정 받아 마을 성당의 예수 목상을 제작하며 사랑하는 아들 '카를로'와 함께 행복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여느 때처럼 성당에서 목상을 작업하던 중, '제페토'는 폭격기가 지나가는 소리를 듣고 급하게 작업을 마무리한다. 하지만 폭격기가 무게를 줄이기 위해 버린 폭탄이 '카를로'가 있는 성당에 떨어지고, '제페토'는 '카를로'의 무덤 옆에 아들이 남긴 솔방울을 함께 묻는다. 아들을 잃은 후 술에만 의지하던 '제페토'는 무덤 옆에 자라난 소나무를 베어 '피노키오'를 만드는데, '제페토'를 가엾게 여긴 '나무 요정'이 '피노키오'에게 생명을 불어넣는다. '나무 요정'은 소나무에 살고 있던 귀뚜라미 '세바스티안 J. 크리켓'에게 '피노키오'가 올바른 길을 가도록 지도해 달라고 부탁한다. 다음 날 아침, 생명을 갖게 된 '피노키오'는 '제페토'의 집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며 호기심을 표출한다. '제페토'는 겁에 질린 채로 '피노키오'를 창고에 가둔 후에 성당으로 향하지만, '피노키오'는 '세바스티안 J. 크리켓'의 조언을 무시하고 그를 따라 성당으로 향한다. 미사 중에 성당에 들어간 '피노키오'는 사람들에게 '악마'라는 비난을 받고, '제페토'는 움직이는 목각인형 '피노키오'가 어색하지만, 함께 생활을 시작한다.
2. 제작 배경
'기예르모 델토로' 감독은 <판의 미로>와 <셰이프 오브 워터>로 영화계에서 인정받은 감독이다. 그의 작품은 특유의 몽환적이고 기괴한 분위기가 특징인데, 독보적인 연출 덕분에 어떤 작품이든 그가 감독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이다. '기예르모 델토로'는 '피노키오'의 원작 소설이 가진 기묘하고 무서운 분위기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해, 2008년부터 자신만의 '피노키오'를 만들고 싶어 했으나 계속되는 거절로 2022년이 된 지금에서야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를 선보이게 됐다. 11월 23일에 극장에서 개봉했지만, 현재는 넷플릭스를 통해서도 관람할 수 있다. 사전 공개에서부터 평론가들에게 압도적인 호평을 받았던 만큼, 공개 이후에도 관객과 평론가에게 두루두루 좋은 평을 받고 있다.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는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었기 때문에, 영화에 나오는 모든 세트와 캐릭터들을 직접 제작해야 했다. 제작기 또한 넷플릭스에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 손끝으로 빚어낸 시네마>라는 이름으로 공개되었는데, 이를 통해 장면마다 다양한 크기의 인형을 제작해야 했던 제작자들과 컷마다 인형을 움직이며 생명을 불어넣은 애니메이터의 노고를 모두 확인할 수 있다.
3. 총평
사실 '피노키오'의 스토리는 우리가 모두 알고 있기에,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는 그 흔한 이야기에 감독의 개성을 담아 아름답게 연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물론 '베니토 무솔리니'가 총리로 있던 파시스트 시대를 다루며 정치적인 각색 요소가 들어간 것은 사실이다. 극 중 '피노키오'가 죽지 않는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곧바로 소년병으로 징집되기도 했고, 우스꽝스러운 외형의 '베니토 무솔리니' 앞에서 그를 조롱하는 공연을 선보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렇듯 현실적인 요소로 '전쟁 중'이라는 환경이 부여되었기에, 관객은 '피노키오'와 '제페토'가 어려운 일을 겪은 후에 서로를 진심으로 아끼는 모습에 더욱 몰입할 수 있는 듯하다. 하지만 이 작품을 완성한 것은 무엇보다도 눈길을 끄는 인형의 디자인과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다. 제작기를 시청하며 세세한 디자인과 연출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즐길 수 있어 흥미로웠다. 개인적으로 '피노키오'에게 생명을 부여한 '나무 요정'과 사후세계를 관장하는 그의 자매 '죽음'의 디자인이 인상적이었는데, '죽음'의 꼬리 비늘 모양이 중요한 매개체인 솔방울과 비슷한 모양으로 제작되었다는 점이 감탄을 자아낸다.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를 통해 다시 한번, 인간의 삶이 유한하기에 아름답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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