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아가씨, 속고 속이는 관능적인 사랑

by 오늘뭐보지 2022. 12. 7.
반응형

<아가씨>, 2016

1. 줄거리

일제강점기의 한국, 유명한 도둑의 딸 '남숙희'는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여의고 자신을 거둬준 장물 어미와 다른 도둑들과 함께 근근이 살아간다. 어느 날, '남숙희'는 '후지와라 백작'으로부터 어마어마한 재산을 가진 '히데코'를 꼬셔서 결혼한 뒤, 재산을 차지하는 계획에 함께할 것을 제안 받는다. '남숙희'는 제안받은 예물 외에도, 거금을 받는 조건으로 음모에 가담하기로 한다. '히데코'가 '후지와라 백작'을 사랑하게 만들기 위해, '남숙희'는 그녀의 대저택에 하녀로 들어간다. '히데코'는 후견인인 이모부 '코우즈키'와 함께 지내고 있는데, 하루의 일과라고는 낭독 연습과 산책이 전부인 듯하다. 그녀는 '가끔 벚나무에 목을 매달고 죽은 이모가 보인다'며 유약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남숙희'는 그녀와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자 애틋한 감정을 느끼기 시작하는데, 심지어 '히데코'가 '후지와라 백작'의 계략에 빠져드는 모습을 가엾게 여기기까지 한다. '남숙희'는 '히데코'가 자꾸만 아른거리지만, 계획대로 둘을 결혼시키는 데 성공하는데... 사실, '히데코'도 '남숙희'를 속이고 있었다. 서로를 속고 속이며 샘솟은 감정이 모두의 계획에 변수로 작용하기 시작한다.

2. 제작 배경

<아가씨>는 영국의 소설 <핑거 스미스>를 원작으로 제작되었다. 소설의 작가 '세라 워터스'는 "대사가 한국어와 일본어인 데다가 시대적 배경까지 다르지만, <아가씨>는 <핑거 스미스>를 충실하게 다루고 있다"라고 호평했다. '배운 변태'라고 불리는 박찬욱 감독의 섬세한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특히 작품 내내 시각적인 아름다움이 두드러진다. 세트 디자인을 비롯해 시각적인 디자인을 담당한 <아가씨>의 미술감독 '류성희'는 청룡영화상에서 미술상을 받기도 했다. '남숙희' 역의 배우 '김태리'는 당시에 신인으로서 1500:1이라는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아가씨>에 출연하게 되었는데, 이 작품을 통해 청룡영화상에서 신인여우상을 받으며 배우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히데코' 역의 배우 '김민희' 또한 청룡영화상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는데, 한 작품에서 여우주연상과 신인여우상을 함께 수상한 사례는 처음이었다고 한다. <아가씨> 속 여성 캐릭터가 상당히 돋보였음을 보여 주는 결과인 듯하다. 2016년 개봉 당시,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인 데다가 동성애를 다루고 있음에도 400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원작 소설의 나라 영국에서도 기존의 한국 영화에 비해 압도적인 흥행 기록을 달성했으며, 칸 영화제 출품 이후 176개국에서 선판매되는 실적을 보이기도 했다. 더불어 <아가씨>의 팬덤이 아주 두터워, 개봉 이후에 팬들의 요청으로 시나리오 북 발매나 확장판 상영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3. 총평

처음 관람할 때는 '히데코'와 '남숙희' 각각의 입장에서 전개되는 이야기가 새로웠다. 원작 소설인 <핑거 스미스>의 스토리에 대해 전혀 알아보지 않고 관람했기에, <아가씨>의 반전 있는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각자의 입장을 이해한 후 다시 보니, 첫 관람 때 보이지 않았던 세세한 감정들이 느껴졌다. 2016년 개봉 이후 시간이 지날 때마다 주기적으로 보게 되는데, 볼 때마다 새로운 요소가 눈에 띄는 치밀한 작품이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답게 미장센으로 가득 차 있기에, 다양한 배경과 장면이 어떤 인물을 어떻게 은유하고 있는지 찾아내는 재미가 있다. <아가씨>는 시각적인 장면 외에도 사운드트랙이 특히나 훌륭하다. 시대극이 전하는 특유의 분위기와 해당 장면의 대사까지 그대로 담고 있기 때문에, 사운드트랙을 재생할 때면 다시 영화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하다. 먹구름이 해를 가린 날, 그래서 눈이나 비가 오는 날이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작품이다. 교묘한 계략 속에서 어쩔 수 없이 피어오르는, 순진하면서도 관능적인 '히데코'와 '남숙희'의 사랑 이야기를 추천한다. 이미 모든 이야기를 알고 있는 관객에게도 한 번 더 감상하며 새로이 보이는 장면을 감상하기를 권해 본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