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줄거리
'미친개'라고 불리는 주인공 '오태식'은 맨주먹으로 거리의 양아치를 가뿐하게 정리하는 타고난 싸움꾼이다. 어느 날 그는 조폭과 시비가 붙어 싸우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한 명을 죽이게 된다. 피해자의 어머니 '양덕자'는 교도소에 있는 '오태식'에게 찾아와 그를 진심으로 용서하며 수첩 하나를 건넨다. '오태식'은 수첩에 앞으로 지킬 약속 세 가지, '술 마시지 않는다', '싸우지 않는다', '울지 않는다'를 적어 둔다. '양덕자' 덕분에 '새로운 인생을 살겠다'고 다짐한 '오태식'은 출소 후, 그녀의 객식구가 되어 카센터에서 일하며 착실하게 살아간다. 하지만 그의 출소 후, 주변 지역의 건달은 '오태식'의 힘을 의식해 그를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는다. '오태식'의 다짐을 믿는 건 해바라기 식당을 운영하는 '양덕자'와 그녀의 딸 '최희주'뿐이다. 지역 건달을 이끄는 시의원 '조판수'는 재개발을 핑계로 '오태식'의 주변 인물을 건드리기 시작하는데, 그의 만행을 멈추기 위해 '오태식'은 스스로 신체를 훼손하며 싸움의 세계에 다시는 발을 들이지 않겠다고 약속한다. 하지만 '조판수'는 그 말을 믿지 않고 끝없이 '오태식'을 몰아붙이는데... 그는 절망 속에서, 역습을 다짐한다.
2. 제작 배경
'강석범' 감독의 <해바라기>는 2006년에 개봉한 작품임에도 현재까지 큰 사랑을 받는 한국의 누아르 작품이다. '오태식이 돌아왔구나', '꼭 그렇게 다 가져가야만 속이 후련했냐?' 같은 명대사는 인터넷에서 지금까지도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으며, 영화의 인기에 힘입어 <해바라기>를 차용한 '오태식 해바라기 치킨'까지 등장했다. 작품 내에서 '김병진' 역할을 맡았던 배우 '지상욱'이 홍보 모델이자 대표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배우 '김래원'은 '오태식' 역을 맡아 촬영을 끝낸 후, 느닷없는 우울증을 경험했다고 한다. 그는 개봉 직후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나도 왜 이러는지 몰랐다. 상담 과정에서 캐릭터에 과도하게 몰입한 것이 원인이라는 결과가 나왔다.”라고 밝혔다. 그가 맡았던 다른 배역에 비해 <해바라기>의 '오태식' 캐릭터에서 유독 벗어나기 힘들었다고 하는데, '김래원'은 '오태식'을 이해하기 위해 '오태식'을 배척하는 역할의 다른 배우들과 사적인 말을 섞지 않았다. 그의 엄청난 몰입 덕분에 '김래원'은 2007년 <해바라기>로 대한민국 영화연기대상을 받았다. 개봉 당시에는 150만 관객을 모으며 그다지 흥행하지 못했지만, 시간이 흐르며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라는 평가를 받으며 꾸준히 대중에게 사랑받고 있다. 하지만 평론가의 평점은 관객의 평점과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데, 평론가 대부분이 <해바라기>의 각본에 개연성이 부족하다고 평가했으며 특별히 눈에 띄는 독창적인 연출이 없어 호평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3. 총평
<해바라기>는 크게 '오태식'의 절망적인 생활과 그 굴레를 끊으려는 '오태식'의 다짐, 원초적인 복수로 이어진다. 스토리 자체는 지금의 관객이 보기에 다소 단순한 것이 사실이지만, '오태식'에 이입한 '김래원'의 처절한 연기와 액션이 관객을 강렬하게 몰입시킨다. 특히 마지막 15분 동안에는 엄청난 맷집과 괴력을 소유한 '오태식'의 액션이 그의 안타까운 복수극을 완벽하게 완성하며 카타르시스를 일으킨다. 보통 누아르 장르가 시원한 액션에 중점을 둔다면, <해바라기>는 감정적인 요소까지 조화롭게 삽입하여 관객에게 복합적인 감정을 선사하는 듯하다. 무엇보다도 당시 26세였던 '김래원'의 연기가 너무나도 훌륭하고 애절하다. 특히 과거를 후회하며 수첩에 앞으로의 다짐을 적고, 새로운 삶을 꿈꾸며 행복해하는 순수한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어딘가 투박하고 순수한 그의 모습 덕분에, 이후에 그 다짐을 저버릴 수밖에 없는 '오태식'의 상황과 엔딩이 원망스럽게 느껴졌다. 관객은 '오태식'을 지켜보며 그와 함께 분노하고, 그의 복수극을 응원할 수밖에 없다. 그 흐름 때문에 많은 관객이 그의 잔인하고 처절한 복수극에 짜릿한 쾌감을 느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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