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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결심, 미결로 남은 사랑

by 오늘뭐보지 2022. 1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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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결심>, 2022

1. 줄거리

주인공 '해준'은 부산 경찰서 강력팀 소속 경감으로, 아내 '정안'과는 주말부부로 지내고 있다. 이들은 연애하는 커플처럼 뜨겁지는 않지만 서로의 따뜻한 끼니를 챙기며 다정한 일상을 보낸다. 어느 날, '해준'은 구소산에서 일어난 사망 사건을 담당하게 된다. 피해자 '도수'의 아내 '서래'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는데, 남편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도 무던한 그녀의 모습에 '해준'은 의아함을 느낀다. 목격자가 없는 죽음인 데다가, '도수'가 '서래'에게 폭력적인 소유욕을 보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해준'은 그녀를 의심하며 감시한다. 남편 '도수'의 죽음 직후에도 '서래'는 태연하게 간병인으로서 출근하고, 담당 환자인 할머니를 돌보며 일상을 보낸다. '해준'은 구소산 사건을 파헤치고, 그녀의 일상을 지켜볼수록 '서래'를 향한 의심과 관심이 깊어지는 것을 느낀다. 수사가 진행되며 할머니의 증언과 CCTV 영상으로 '서래'가 '도수'의 사망 시각에 간병 중이었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서래'는 용의선상에서 벗어난다. 묘한 안도감과 해방감을 느낀 '해준'은 '서래'와 단둘이 시간을 보내게 되는데... 말로 꺼내어 보지 않았음에도, 둘은 서로의 마음을 알고 있는 듯하다. 진실을 숨기는 용의자와 아내가 있는 형사, 두 인물은 천천히 '헤어질 결심'을 한다.

2. 제작 배경

<헤어질 결심>은 '박찬욱' 감독의 11번째 장편 영화로, 큰 사랑을 받았던 <아가씨> 이후 6년 만의 신작이다. '박찬욱' 감독 특유의 부드럽고 미묘한 감정 표현이 돋보이는데, '박찬욱' 감독은 '이동진' 평론가와의 인터뷰에서 "감정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 없이, 관객이 인물들을 관찰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자극적인 표현은 모두 눌러야 한다고 생각했다."라고 제작 의도를 밝혔다. 그의 말처럼 <헤어질 결심>은 영화의 주제가 '사랑'이라는 것과는 모순적으로, '해준'과 '서래'가 '사랑'을 언급하거나, 나누는 모습은 전혀 보여 주지 않는다. 관객으로 하여금 사건의 수사 과정에 따라 변화하는 둘의 관계를 집중해 관찰하게 할 뿐이다. 제43회 청룡영화상에서 최우수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각본상, 음악상을 받았으며 제75회 칸 영화제에서도 감독상을 받았다. 하지만 작품성을 인정받으며 '박찬욱' 감독이 흥행에 자신감을 보였음에도, <헤어질 결심>의 성적은 다소 아쉬웠다. 개봉 2주 차까지 반응이 미미했는데, 개봉 시기에 <탑건: 매버릭>이나 <범죄도시 2>, <토르: 러브 앤 썬더>와 같은 액션, 오락 영화가 극장을 휩쓸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다. 영화의 특성상 조금 더 쌀쌀한 가을로 개봉 시기를 미루는 게 좋았겠다는 평가가 있다. 하지만 뛰어난 작품성 덕분에 개봉 3주 차 첫날, 100만 관객을 돌파했으며 5주 차에는 약 190만 명의 관객을 누적하며 손익분기점을 훌쩍 넘겼다.

3. 총평

'해준'은 형사인 만큼, 영화 내내 '미결 사건'을 해결해 '완결 사건'으로 만들어내는 것에 다소 집착한다. 따라서 '서래'가 '헤어질 결심'을 해낸 뒤 보인 행동은 그에게 '미결'로 남는 것으로 두 인물 관계를 완결하고자 한 것으로 보였다. <헤어질 결심>을 관람하는 내내 이들의 감정을 따라가며 가슴으로 이해해 보려고 했지만, 결국에는 '정도가 낮은 불륜이 아닌가?'하는 의문이 들어 완전히 몰입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박찬욱' 감독 특유의 섬세한 연출과 표현이 아름답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리뷰를 봐도 결혼 경험이 없는 20대, 30대보다는 기혼의 확률이 높은 40대 이상의 관객이 특히 <헤어질 결심>을 작품 그대로 받아들이며 여운을 즐기는 듯하다. <아가씨>의 연출과 유사하게 영화가 크게 두 가지 시점으로 나뉘어 진행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으며, 소품이나 배경에서 엿보이는 '박찬욱' 감독의 치밀하고 세세한 연출 덕분에 두 인물의 캐릭터가 더욱 뚜렷하고 명확하게 전달됐다. '둘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와 같은 진부한 사랑 이야기가 질린다면, '해준'과 '서래'의 이야기를 감상하며 서서히 깊어지는 감정선을 따라가 보는 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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